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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토마토는 채소다?

by 블로그상위노출 블로그광고업체 2022. 8. 13.

토마토는 채소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부뇰에서는 라 토마티나(La Tomatina)라는 토마토 축제가 열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토마토 전쟁이 이곳에서 1년에 단 하루만 벌어집니다. 이 축제를 보기 위해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모입니다. 라트마티나 축제는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집단으로 싸웁니다. 근처의 야채가게에 있는 토마토를 가져와 서로 던진 것에서 유래합니다. 축제는 8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데 축포와 함께 수십 톤의 토마토가 마을 중심에 있는 푸에블로 광장의 축제 광장에 넘쳐납니다.

레드푸드의 대표주자 토마토. 한 사람이 1년에 약 15kg의 토마토를 먹는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에 등록된 토마토의 한글 이름은 '일년감'으로 1년 사는 감이라는 뜻입니다. 옛 문헌에는 한자로 '일년시'라고 나옵니다.

토마토가 한국에 소개된 역사는 꽤 길어요.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토마토를 남만시라고 소개했습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입니다. 《지봉유설》이 쓰여진 것이 1614년이기 때문에 그 전에 이미 토마토가 한국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토마토는 한글 이름이 낯설 정도로 한국인의 식탁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전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문헌을 아무리 찾아도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은 찾기 어렵다"며 "감자처럼 구황식물(기근 등으로 농작물을 대신 먹는 식물)로 먹기도 어려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토마토는 보양식으로 딱 좋아요. 전문가들은 "영양과잉 시대에 이상적인 보양식으로 토마토가 최적"이라고 말합니다. 서양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수록 의사의 얼굴은 파랗게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토마토를 먹으면 병원에 갈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토마토는 특히 남성에게 좋습니다.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 후 집권한 크롬웰 정부가 "토마토에 독이 들었다"는 소문을 퍼뜨렸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토마토를 너무 정력제로 여겨서 과식했기 때문이에요. 쾌락을 금기시하는 청교도들이 '도덕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퍼뜨린 것입니다. 어쨌든 소문의 진위를 떠나 토마토에는 힘을 내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 토마토 수프를 매일 먹은 남성의 경우 정액 중 리코펜(lycopene) 수치가 증가하고 활동력이 왕성한 '슈퍼 정자'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토마토는 '만능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이어트와 건강식품으로 최고입니다.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특히 무기질 중 함량이 높은 칼륨은 혈압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칼로리가 적고 식이 섬유가 풍부한 것도 토마토의 장점입니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내는 리코펜은 강력한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암과 노화를 방지합니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몸에 좋은 리코펜 성분이 증가합니다. 리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므로 삶거나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2~3배 높아집니다.

그런데 토마토는 과일일까요, 야채일까요? 189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토마토를 야채로 결론 내렸습니다. 당시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과일은 수입 관세가 없었고 채소는 수입 관세가 높았습니다. 이 문제는 중요한 법적 논란을 낳았습니다. 당시 채소에만 부과되던 관세가 토마토에도 부과되자 한 과일 수입업자가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이 소송 사건은 과일 수입업자 닉스와 세관원이었던 해든의 이름을 따서 닉스 대 해든(Nix vs Hedden)이라고 부릅니다. 대법원은 토마토를 디저트로 먹지 않고 요리에 사용하는 점을 근거로 채소로 규정해 업체에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후 토마토는 야채로 취급되었습니다. 지금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토마토가 대부분의 요리에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과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토마토를 요리로 활용하기보다는 디저트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토마토가 과일가게에 진열되어 있거나 토마토 주스가 생과일 주스 메뉴에 들어있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는 토마토의 정체성이 애매한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박흥규 원예특작과장은 토마토는 과채류에 속하는 채소라고 단언합니다. 과채류는 과일 중에서도 당분 함량이 낮은 채소를 말합니다. 토마토는 당도가 매우 낮지만 당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합니다. 그는 "나무 식물의 열매는 과일이고 줄기 식물의 열매는 채소입니다"라며 토마토가 채소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여러 분류 기준을 적용할 경우 토마토는 이중국적자가 됩니다. 식물학에서는 토마토를 과일로 분류합니다. '씨를 가진 씨방이 성숙한 것'이라는 과일의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원예학적 분류법에서는 이야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원예학에서 토마토는 확실히 야채입니다. 식품학에서는 당분 함량이 보통 과일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이므로 채소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토마토라는 이름은 멕시코의 말, '토마톨(tomatl)'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내용물이 담긴 과일(plumpfruit)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