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도 자장면이 있다?
얼마 전까지 짜장면이 맞는 표기였고, 짜장면은 틀린 표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짜장면'을 짜장면과 함께 공식 표준어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글에서는 '짜장면'이라고 쓰면서 실제로 발음할 때는 '짜장면'이라고 했어요. 1986년에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짜장면이 표준어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자장면은 '짜장면'에 한자음의 '면'을 조합해서 만든 조어입니다. 한자로는 작장면입니다. 된장을 기름에 볶아서 면에 얹어 먹는 음식이란 뜻입니다. 영어로는 "Boiled Noodles with Fried Bean Sauce(볶은 된장을 곁들인 삶은 면)"입니다.
1960~70년대에는 짜장면이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짜장면집은 꽃다발을 든 졸업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입니다.
한국식 중화요리의 대표인 짜장면입니다. 소설가 황석영은 "누군가 말하길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야 어른이 된다는데 우리 또래에 짜장면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2006년 7월 문화관광부는 자장면을 '한국 100대 문화의 상징'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라는 게 선정 이유다.
중국에도 짜장면이 있나요?
짜장면의 원류는 중국입니다. 그래서 짜장면은 한국에 귀화한 음식입니다. 자장면은 베이징과 산둥 지역에서 삶은 면에 볶은 면과 각종 채소를 얹어 비벼먹는 가정식이었습니다.
중국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짜장면이 없어요. 중국 짜장면은 단맛이 없고 짠맛이 강합니다. 반면 한국의 짜장면은 윤기가 나고 단맛이 납니다. 중국의 짜장면은 삶아서 식힌 면을, 한국의 짜장면은 갓 삶은 면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짜장면은 말라서 차갑고 한국의 짜장면은 물이 많고 뜨거워요. 올리는 재료도 달라요. 옥수수나 계란의 절반은 중국 자장면에는 없어요. 반찬에 단무지와 양파가 춘장과 곁들여져 나오는 것도 한국식입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짜장면이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결정적인 물증이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다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산동성 출신의 화교가 급증한 19세기 말에 최초의 짜장면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동 출신의 화교들이 초기에 정착한 인천의 제물포와 서울이 자장면 원산지의 유력한 후보지입니다.
한국 화교의 효시는 1882년(고종 19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장수 오장경 제독 휘하의 군대를 따라온 40여명의 상인들입니다. 1884년 제물포에 청나라 조계지(현재는 외국인 마을)가 조성되었습니다. 주로 산동 출신들이 서해 건너 제물포에 정착하면서 점포를 열었습니다. 그들은 중국에서 주로 먹었던 짜장면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또 팔기도 했습니다.
한국 자장면의 원조는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 10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탄생 100주년 대축제'가 열렸습니다. 공화춘이 시작된 1905년이 한국 자장면의 기원이 되는 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 것입니다. 하지만 공화춘이 언제부터 짜장면을 팔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어쨌든 문화재청은 2006년 4월 청조계보 당시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공화춘 건물을 근대문화유산 제246호로 지정했습니다. 2012년 4월 인천 차이나타운 내 국내 자장면 원조점으로 알려진 2층짜리 옛 공화춘 건물에 국내 최초의 '자장면 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짜장면박물관은 1층 2실, 2층 5실 등 총 7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짜장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춘장입니다. 검은 된장은 약국의 감초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입니다. 밀가루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춘장은 한국에서만 통용됩니다. 중국에는 춘장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신 면이라는 소스가 한국의 춘장과 비슷합니다. 산둥성 출신의 화교왕 송산은 1948년 서울에 영화간장기름이라는 식품회사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면을 생산했습니다. 제품명은 사자표 춘장입니다. 1950년대 중반 왕송산은 이 면장에 달콤한 카라멜 소스를 섞기 시작했습니다.
그 냄새에 몰래 감염되면 지위도 체면도 다 놓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가족도 국가도 어떤 이데올로기도 그 냄새 앞에서는 백기를 들고 투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안도현, 《짜장면》 -
전국적으로 한국인이 하루에 먹는 짜장면은 600만 그릇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 짜장면입니다. 그 검은 색의 유혹은 치명적이에요.
'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콜릿은 몸에 해롭다? (0) | 2022.08.12 |
---|---|
인도 식당에는 카레가 있다? (0) | 2022.08.11 |
키는 타고난다? (0) | 2022.08.09 |
독한 감기가 독감이다? (0) | 2022.08.08 |
방귀는 밖으로만 뀐다? (0) | 2022.08.07 |